(로맨스소설) 내 여자, 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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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ción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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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종이책 출간작입니다.
“뭐, 먹고 싶어요?”
“아저……씨는요?”
잠시 말을 끊다 다시 이었다.
익숙지 않고, 반갑지 않은 그 호칭을 다르게 불러달라고 말할까 하다가
내가 생각해도 별 다른 호칭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넘어갔다.
“뭐, 다 괜찮은데요.”
“그럼, 떡볶이요.”
정말 맛있는 걸 사 줄 생각이었는데,
그 아이는 나와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과 적당히 어울리는 음식을 골랐다.
나는 그냥 알았다고 대답하고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
바로 옆에 있는 그 아이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지 않기도 했고
까만 조약돌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를 마주보고 있기가 두렵기도 했다.
내 안에서 떠오르고 있는 미친 생각들이 내 눈을 통해 드러날 것만 같았다.
사람이란 말하지 않고 내색하지 않아도 분위기로 다 느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며칠 전 꾸었던 그 꿈속에서의 내가 드러날까 봐 두려웠다.
내가 어떻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면 혐오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볼 것 같았다.
그 아이가 자주 간다는 떡볶이 집으로 향했다.
중고등학교가 몰려 있는 동네라 떡볶이가게가 몇 개 줄지어 있었다.
주말 저녁이어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추위에 몇몇 사람만 가판대에서 어묵을 먹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따라 안쪽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떡볶이 이인분과 김밥을 시키자 그 아이가 냅킨을 양쪽에 놓고는 그 위에 젓가락을 놓았다.
내가 테이블 위에 있는 컵을 두 개 빼내 물을 따르자, 그 아이가 단무지를 담아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건지, 아니면 원래 말이 없는 건지
그 아이는 포크로 단무지 하나를 찍어 조금씩 베어 먹고 있었다.
조그만 입술이 오물오물 움직이는 걸 보고 있다 난 눈을 감았다.
내가 내 눈을 찌르고, 내 발등을 찍고, 내 주둥이를 지진다.
눈을 감고만 있으면 이상할 것 같아, 눈이 아픈 척 비볐다.
눈이 좀 뻑뻑하기도 했다.
며칠 동안 부탁받은 원고 때문에 계속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었더니,
눈에 피로가 쌓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