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사랑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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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띠처럼 엇갈려 버린 시선들.
그들 죄는 아니었다. 다만 불길하고 변덕스런 운명의 장난이었을 뿐
여자에게는 사랑은 억눌린 열망이었다.
남자에게는 사랑은 푸른 꽃이었다.
다른 남자에게 그 사랑은, 다만 캄캄한 지옥이었다.
“내게 돌아와, 다은아. 제발 이 지옥에서 구해줘.”
<작품 속에서>
“세후. 이세후입니다.”
“네?”
자기도 모르게 볼을 붉혔다. 눈이 동그랗게 된 다은을 향해 그 남자가 다시 씽긋 웃었다. 낯선 타인의 웃음을 바라보며 마냥 가슴이 설레고 눈앞이 아뜩해지는 기분이 들 수도 있는 것인가? 이런 느낌, 이런 갑작스런 끌림은 난생 처음이다. 다은은 자꾸만 모르는 남자 앞에서 두방망이질 치는 스스로의 심장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가 웃으며, 그러나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전 <그쪽>이 아니라 이세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아. 저, 저는 그러니까….”
“만년필을 돌려주신 답례를 해야지요. 식사 대접은 제가 시간이 마땅찮고, 그냥 자판기 커피 한 잔으로 땜질하렵니다. 설마 그것까지 거절하진 않으시겠지요?”
만약 다른 초대였다면 분명 거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십여 미터 앞에 버티고 선 커피 자판기를 턱짓했기에 다은은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잊고 간 만년필을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 한 잔을 대접해 주었다. 이런 일은 하루에도 몇 번씩, 누구에게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이기에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다은도 마주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자판기 앞의 벤치가 비어 앉아있었다. 이세후라는 남자는 순한 맛의 커피 두 잔을 뽑아 왔다. 쵸코칩이 박힌 쿠키도 하나 냅킨에 싸서 다은에게 내밀었다.
“받아요. 우리 사무실 여직원들은 커피 마실 때 군것질을 좋아하더군요.”
절대로 거절을 허락지 않는 즐거운 명령이었다. 단호한 그 남자의 말에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 살그머니 깨문 쿠키에서는 작은 기쁨의 맛이 묻어나고 있었다.
“웃어요.”
“네?”
커피 잔을 손에 들고 앉은 다은 앞에 비스듬히 서서 커피를 마시던 그 남자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느닷없는 말에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당신은 웃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무표정하게 생각에 잠긴 것보다 웃는 것이 백배는 더 아름답거든요.”
캑캑 사례가 들렸다. 당황한 터로 코로 잘못 들어간 커피 물 때문에 한참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은은 남자가 건네주는 냅킨으로 입과 코를 싸안고 있어야 했다. 단번에 홍시처럼 새빨개진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 남자의 눈에 즐거운 웃음이 춤을 추고 있었다.
“저런, 저런! 예쁘다고 말한 남자가 지금까지 없었다고 할 작정은 아니겠지?”
“이, 이보세요. 그쪽이 나에게 이런 무례한 말을 할 자격….”
“이세후라니까.”
달래듯이, 심통 부리듯이 툭툭 내뱉었다. 어린애처럼 입을 내밀고 있었다. 그는 다시 한 번 다은에게 자신의 이름을 명확한 어조로 말했다.
“난 그쪽이 아니라 이세후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한 번만 더 <그쪽>이라는 빌어먹을 이름으로 부른다면 키스해버릴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