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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종이책 출간작입니다.


바람에 실린 거름냄새에 이맛살을 찌푸리며 휘휘 둘러보니, 

이른 오전이었지만 바쁜 일손들과 누런 황소들이 논과 밭에서 한창 부지런을 떨고 있었다. 

별 다른 것 없는 풍경에 막 무료해질 찰나 낯익은 정수리가 눈에 들어왔다. 

두 팔을 휘휘 저으며 뛰듯 걷는 폼이 영락없는 철딱서니처럼 보였다.

재옥이 오늘도 예의 그 노래를 흥얼흥얼 불렀다.

발작 뒤에 지나친 운동으로 가벼운 현기증이 났다. 

제마는 피식 웃으며 쓰러지듯 뒤로 벌렁 누웠다. 

윙 이명이 들리고 잠깐 깜깜해졌지만, 

들릴 듯 말듯 들려오는 목소리 때문에 가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메 저거시 뭐시여?”


재옥이 낮게 비명을 지르더니 혼잣말 했다. 경악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제마는 일어나 손이라도 흔들어 안심시켜 줄 요량이었는데, 

황급히 비탈진 숲길의 장애물들을 휘저으며 뛰어오는 조급한 발소리에 가만히 누워 있기로 했다.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간 채 누워 있다가, 발소리가 가까이 느껴지자 억지로 평평한 표정을 유지했다.


“오메, 오메! 또 어쩐 일이당가!”


쿡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애써 누르려니 가슴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기 또 무신 일이시당가. 되련님! 정신 좀 챙겨보소. 되련니임.”


당황한 것이 역력한 재옥이 제마의 목을 싸안았다.


“여보시오. 거 누구 없소!”


감고 있었지만 안절부절못하고 허둥대는 꼴이 눈에 훤히 보이는 듯하여 여간 우스운 것이 아니었다. 

참기가 버거워 가슴이 더 크게 요동했다.


“아이고! 이일을 어쩐당가.”


발작하는 것이라 생각했는지, 재옥이 질겁하고 난리법석이었다.


“여보시……. 아니지, 아니지. 정신은 내가 챙겨야 한다니께. 가만, 집사님이 우째 했던가…….”


몸을 동동 구르며 주변을 돌아보던 재옥이 목덜미에 손을 댔다. 

제마의 상의가 전날과 달리 단추도 없는 티셔츠인 것을 알아차린 그녀가 더욱 당황해 허둥지둥했다.


“모야, 이 실데 없는 것아, 생각을 해 보드라고, 생각을!”


자기 이마를 꽁꽁 치는 것이 느껴져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풋!”


낮게 웃음을 터트리자, 재옥이 몸을 굳혔다. 

눈을 번쩍 뜨니 휘둥그레진 재옥이 아연해진 표정으로 굽어보고 있었다. 

귀여웠다. 

오목조목한 이목구미가 눈에 들어왔고, 그녀를 보면 볼수록 자꾸 웃음이 났다.


“크크큭. 모야, 생각을 해 보드라고, 생각을. 푸하하하!”

“…….”

“네 별명이 모야냐?”


무릎을 베고 누운 형상으로 재옥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웃음기를 걷지 못하니 아예 안면근육에 경련이 일 정도였다. 

재옥의 눈이 점점 더 동그래졌다.

GENRE
Romance
SORTIE
2016
5 avril
LANGUE
KO
Coréen
LONGUEUR
278
Pages
ÉDITEUR
Krbooks
TAILLE
675.6
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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