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십야 (일본어 + 한글 번역 2판)
한참이나 기묘한 열흘 밤의 이야기
Descripción editorial
연속된 꿈의 향연(파티장)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심장이 따듯한 우유를 듬뿍 마신 거 같은 포근한 글들이 많습니다.
첫 번째 밤 / 두 번째 밤 / 세 번째 밤네 번째 밤 / 다섯 번째 밤 / 여섯 번째 밤 / 일곱 번째 밤 / 여덟 번째 밤 / 아홉 번째 밤 / 열 번째 밤
1908년
일본
夏目漱石
나쓰메 소세키
이렇게 시작하는 일본 소설입니다.
첫 번째 밤(第一夜)_별의 조각과 묘령의 여인
이런 꿈을 꾸었다.
말할 바 없이 요상한 느낌을 일게하는 낯선 꿈이었다.
아니 기묘하리만치 낯익은 모습을 한 꿈이었다.
우선 내가 팔짱을 단단히 끼고서 베갯맡에 앉아 있는데 바닥에 등을 대고 내 바로 한 치 앞에서 오롯이 누워 있던 어느 한 직분의 여인 하나가 차분한 어조로,
“곧 죽으실 거에요.”
라고 말해준다.(원문→조용한 목소리로 “이제 죽는다”고 한다. 静かな声でもう死にますと云う。 /시즈카나 코에데 모오 시니마스토 이우./)
아니 어쩌면 이미 죽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리 말한 그 여자는 무안했는지 곧 긴 머리를 베게로 내리누르며 그 여남없는 오똑한 코를 자신의 그 수북한 머릿결 안으로 파묻는다.
‘가름한 얼굴형이다.’
그리고 그 하이얀 볼 아래 따스하리만치 핏빛어린 얄궂은 입술이 유난히 붉었다.
도무지 죽을 사람에게 기별 하러온 사람 같지 않았다.
‘이제 죽는다고?’
죽을 거 같지 않은데...
그러자 재차 여자가 조용한 말투로 새삼 또 말했다.
“이제 죽으실 거에요.”
그제야 나도 퍼득 정신이 들며,
“그래 이젠 정말 죽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리곤 나는 상체를 일으켜 그녀를 아래로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묻는다.
“그런가, 벌써 죽는 건가?”
“네, 죽으십니다.”
여자가 더 또렷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그 여인은 눈을 까짓것 떠 보인다.
그 틈새로 크고 짙은 눈이 들어온다.
‘큰 눈이다.’
그리고 그걸 감싼 기다란 속눈썹의 눈망울도 보통 새까만 눈이 아니다.
바로 그 시커먼 눈망울에 내 자신의 모습이 지금 서서히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내가,
‘이리도 선명하고 깊이 들여다보이는 그네 검은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음인데, 이래도 내가 이제 정녕 죽는다는 것인가?’
라며 다시 젠체 오만감에 발동을 재차 건 것도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