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소설) 화연(花緣) 2/2 (로맨스소설) 화연(花緣) 2/2

(로맨스소설) 화연(花緣)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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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緣) 시리즈 두번째


한 여인이 두 남자와 운명이 얽힌다면 여인은 과연 누구를 택할 것인가? 


월하빙인과 화합이성의 축복을 한 몸에 받은 월궁항아의 화신 -사사 


그녀의 첫 번째 운명. 월하빙인이 엮은 붉은 인연의 남자. 태진국 황제 -건 


그녀의 두 번째 운명- 화합이성이 묶은 연분의 남자. 소률국 중면 칸 -루 


진정한 꽃의 인연, 사사의 운명의 상대는 과연 누구일까?


<작품 속에서>


그로부터 며칠 후, 사사는 어김없이 오늘도 수업을 받기 위해 습예관으로 향했다. 안에서 그녀를 기다릴 내관이 생각나자 사사는 들고 있던 책을 품안으로 꼭 끌어당겼다.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수업 내용을 생각하니 자꾸만 얼굴이 화끈거렸다. 

“왔으면 들어오게.” 

“아, 예.” 


쭈뼛거리는 발걸음을 끌어당기는 목소리가 안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사사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그마한 향탁에 앉은 이연후가 들어오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사사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서는 발소리를 죽이며 걸어갔다. 

“앉게.” 

사사가 앉으면서 차분하게 옷자락을 정리하는 것까지 참을성 있게 지켜보던 이연후는 사사와 시선이 마주치자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래, 그동안 잘 지냈는가?” 

“예.” 

“그렇다면 이제 슬슬 한번 시작해 봐도 되겠지?”

다분히 의도적인 미소를 지은 이연후를 바라보는 사사의 얼굴에 불안의 그림자가 어렸다. 얄팍한 입술에 서린 웃음기는 사사의 불안한 마음을 점점 길게 늘이기에 충분했다. 


“무엇을 묻고 싶으신지요?” 

“그거야 내 맘일세.” 

“그렇군요.” 

사사는 더 이상 꼬리말을 붙이지 않았다. 이연후는 알아서 현명하게 처신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알게 모르게 살짝 고개를 저었다. 

“내가 자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 간단한 거라네. 황궁 내의 여인들은 그저 황제 폐하의 용종(龍種)만을 얻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지. 그러나 그것은 자연의 섭리를 거역한 것이므로, 결과적으로는 여인들에게나, 더더군다나 황제께는 이롭지 아니하네.” 


이연후는 사사의 얼굴을 건성으로 쓸어본 후 다시금 입을 열었다. 

“방중(房中)이란 성정의 극치일 뿐 아니라 지도(至道)의 끝일세. 밖으로 드러내고 싶은 쾌락을 억제하고, 안에서 일어나는 욕정을 금하여 절제하는 것이지. 그 말인즉, 즐기는데 절도가 있으면 마음이 평화롭고 장수할 수 있다는 뜻이라네. 천만다행으로 성상께서는 그다지 여색을 밝히는 분이 아니시라네. 그것은 그분에게는 다행이지만, 성총을 입지 못해 안달 난 여인네들에게는 분명 불행한 일이지.” 

어찌 보면 난해한 이야기일 수도 있었고, 처녀로선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적나라한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사의 얼굴은 흐르는 물과 같은 유연함으로 가득했다. 


“예로부터 남자는 양이요, 여자를 음이라 하였네. 내 자네를 붙잡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연유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네.” 


잠시 사이를 띄우고 이연후는 마주앉은 사사를 새삼 꼼꼼히 살폈다. 

“자네는 미목(眉目)이 맑고 빼어날 뿐 아니라 치아가 하얗고 입술은 붉지. 더구나 피부가 부드럽고 윤택하며, 목소리는 청량하고 온화하니……. 흠흠, 명기(名器)의 상이야.” 

초연이라는 꺼풀을 뒤집어썼던 사사도 이번 공격에는 미처 방어하지 못하고 새빨갛게 얼굴이 익어 버렸다. 

“중요한 것은 그 점이 아니고, 하여간 말일세. 내 일전에 한번 말을 했지만 말이야. 자네는 물의 기운을 지니고 있는 여인이라 했을 걸세. 기억하는가?” 

“예.” 


물론 사사는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무척이나 인상적인 대화였던 것이다. 


“참으로 묘하게도, 황제 폐하께서는 불의 기운을 타고나신 분일세. 따라서 그분의 성정은 열정적이면서도 자존심이 강하시지. 내 왜 이런 말을 하는고 하면, 여자와 남자는 음과 양이며, 물과 불의 관계라는 것일세. 그러므로 자네와 황제 폐하는 그야말로 천생의 궁합이지. 그럼 묻겠네. 어찌하여 남자를 불로, 여자를 물로 비유하는지 아는가?” 

그저 이연후가 조곤조곤 설명하는 것으로만 여겼던 사사는 급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서 얄궂은 장난기 대신 진지하고 예리한 기운이 넘실거리자 곧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집중하자, 천지음양교환대락부에서 읽었던 구절이 서서히 떠올랐다. 

“불은 쉽게 타오르고 또 쉽게 꺼집니다. 또한, 불을 붙이기 위해서는 필히 연료가 필요합니다. 그에 반해 물은 불로 데우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데워진 후에는 식는 것 역시 느립니다. 그러한 고로, 물은 매우 강한 적응력을 지니고 있으니, 이는 바로 남녀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연후는 눈을 감은 채 사사가 한마디 할 때마다 그것을 음미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음률에 맞춰 박자를 치는 것 같은 그의 모습이 짐짓 가벼워 보일 수도 있으나, 그의 주변을 휘감은 기류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허면, 어찌하여 남녀의 교합을 운우(雲雨)라 칭하는가?” 

“구름과 비는 바로 하늘과 땅의 교합이며, 바람과 구름의 결합에 의해 비로 화하기 때문입니다. 바람은 곧 하늘이요, 구름은 땅에서 증발한 것이니, 이는 남녀의 교합이 하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라고 사료됩니다.” 

“허! 대단하군.” 


무릎을 탁 치는 동시에 이연후가 눈을 번쩍 떴다. 사사는 잠시 움찔했지만, 그의 강한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다. 


“과연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이것만은 꼭 기억하게. 세간에 떠도는 말 중 채음보양(採陰補陽)을 빙자하여 여인을 도구로 삼아 음기를 취해 양기를 보충한다고 떠드는데, 사실 이는 터무니없는 일이야. 어찌 타인을 손상시켜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 옳다 하겠는가. 남자가 노래하면 여자가 화답하고, 위에서 하면 아래서 하는 것이 바로 자연의 섭리이지. 남자는 여자를 구하려 하고, 여자는 남자를 구하고자 하며, 함께 즐거운 마음을 가짐으로써 여자의 몸은 느낌이 고조되며, 남자의 음경 역시 강해지는 것이라네. 알겠는가?” 

“예.” 

“내 말을 새기게나. 자네는 아직 정식 품계가 정해지지 않았으나, 정해지더라도 대번 높은 품계를 얻지는 못할 것일세. 천체와 음양에 따라 일의 순차를 정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내려온 관습이라네. 달은 매달 초하루부터 보름 사이에 둥글어졌다가 보름부터 그믐까지 작아지다가 없어지지.” 

사사는 난데없이 달을 들먹이는 이연후를 의아한 빛으로 쳐다보았으나, 그의 얼굴은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원리에 따라 초하루부터 보름까지는 품위가 낮은 비빈으로 시작하여 점차 품위가 높은 비빈을 황제 폐하의 품속으로 들여보내고, 보름부터 그믐까지는 품위가 높은 비빈부터 시작하여 점차 품위가 낮은 비빈을 황제의 침궁에 모시는 것이 일반적인 것일세.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연속적인 말에 목이 탔는지, 아니면 무언가 어색했는지 이연후는 입매를 일그러뜨리며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 사사는 그런 늙은 내관을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황후 마마와 일품 부인들, 9빈을 제외한 나머지 여인들은 말이야, 항상 아홉 명의 여자가 함께 황제 폐하와 동침해야 한다는 사실일세.”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스스로 호연(浩然)한 것을 내심 자랑스러워할 정도로 여태껏 잘 참아왔던 사사의 평정심이 일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그만큼 이연후가 방금 떨어뜨린 말의 위력은 대단했다. 

“말 그대로야. 그러니 지금부터 각오 단단히 해두게나. 아마 자네 역시 그 아홉 명 중 한 명이 될 터이니 말이야. 허니 항시 황제 폐하의 몸을 이롭게 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흠흠, 내 세부적으로 더 말하고프나, 잠시 시험해 본 결과 자네는 천지음양교환대락부를 확실하게 운용할 줄 아는 것 같으니, 앞으로는 행동에 옮기기만 하면 되는 걸세. 내 말 알아듣겠는가?” 

사사는 이연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듯 멍하니 있기만 했다. 

황제는 공식적으로 114명의 처첩을 거느릴 수 있었다. 황후 아래 귀비(貴妃), 숙비(淑妃), 덕비(德妃), 현비(賢妃)를 한 명씩 두고 부인(夫人)이라 했으며, 이들이 정1품이다. 그 아래로 소의(昭儀), 소용(昭容), 소원(昭媛), 수의(修儀), 수용(修容), 수원(修媛), 충의(充儀), 충용(充容), 충원(充媛)의 9빈(嬪)이 있는데 이들은 정2품이다. 이들을 제외한 그 나머지는 하루에 아홉 명씩 황제와 한 침상에 오른다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런 심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인지 이연후는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은 채 애꿎은 향탁을 한참 동안 두드렸다. 


“자, 그러면 열심히 매진하게나. 억지로 해서 될 일은 아니지만, 내 자네를 밀어줌세.” 

그 말이 수업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을 사사는 곧 깨달을 수 있었다.

GENRE
Romance
RELEASED
2016
29 March
LANGUAGE
KO
Korean
LENGTH
282
Pages
PUBLISHER
Krbooks
SIZE
419.9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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