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소설) 황제의 심장을 깨우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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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각~ 무언가를 갈망하게 되면, 채울 수 없음에 또한 처절한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바라지 않고 원하지 않기에 고요할 수 있는 나의 일상을 멋대로 흔들지 마라.
네 어깨를 누르는 운명이 그런 것이라면 처음부터 내 곁에 두어서는 아니 되었던 것이다. 허나……그래, 알고 있다. 이미 그런 네 운명까지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 버린 것을.
마음마저 얼린 채, 그렇게 고요하게 사는 것에 익숙한 이각. 하지만 서걱거리던 빙벽을 환한 미소로 녹여버리는 한 사람을 만나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해율, 그대를 닮은 세상을 위해.
주해율~ 주씨 집안에서 태어나 몸에 베인 습관처럼 숨죽여 살았습니다. 제멋대로 짐 지워진 제 운명 따위도, 그것이 다른 이들을 다치게 하지만 않는다면 평생을 따라 다닌다고 해도 썩 나쁘지는 않다 여겼습니다. 그러니 부디 제게 낯선 감정들을 가르치려 하지 마십시오. 솔직하게 살고픈 이유가 당신이 되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릇된 예언이 가지고 온 풍파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곱게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해율. 사내아이의 모습으로 궁방을 도우며 매일을 씩씩하게 살고 있는 해율의 동그랗게 맑은 눈동자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소채은~ 당신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없이 그 마음을 원하는 내가 두려워져 택한 길이었어요. 한 순간도 제게 눈길을 주지 않는 당신께 그래도 고운 모습으로만 기억되고 싶었기에. 헌데 당신의 그 넓은 가슴이 그 아이를 향해 활짝 열리는 순간, 눈물보다는 원망이 앞서네요.
진도현~ 숨기려 하여도 스스로 깊은 빛을 내는 자네를 한 번도 시기한 적 없는 나라네. 내 부모가 가진 자욕(恣慾)이 신물이 나는 만큼, 자네의 푸른 물 같고 산 같은 담연한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하였지. 그런 자네가 처음으로 핍절하게 원하는 이라는데, 자꾸만 내 안에서 거세게 몰아치는 이 바람을 어찌하면 좋겠는가.
태휘~현 청유국의 황제. 수많은 후궁을 거느리고 있지만 아직 후사가 없다. 몹시 예민하며 신경질적이고 광기와 살기만이 가득한 메마른 눈동자를 가졌다. 제좌에 대한 집착이 지독하여, 이각을 반쪽짜리 황족이라 무시하면서도 언제든 그를 제거해야 속이 편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녹풍(綠風)~ 그것은 초여름 푸른 잎을 스치며 부는 시원한 바람. 이제 선연한 녹풍 한 자락이 불어와 얼음물 속 깊이 잠겨 있던 아름다운 붉은 물고기를 깨워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