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소설) 우리 아름다운 날에 3/4 (로맨스소설) 우리 아름다운 날에 3/4

(로맨스소설) 우리 아름다운 날에 3/4

    • 75,00 kr
    • 75,00 kr

Utgivarens beskrivning

페이지 

http://www.krbooks.blog.me


2007년 작가님 개인카페에서 소장본으로 출간된 작품으로, 소장본 그대로 전자책으로 출간됩니다.


제3부  우리 아름다운 날에 1


우린 그때 길고 긴 겨울의 통로를 지나고 있었다. 

외롭고 시리기만 하던 날들이었다. 

겨울의 끝에는 봄이 있음을,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그렇게 시작되었음을……, 

그땐 알지 못했다.  


====================================================


고등학교 2학년.

어리다고도, 다 컸다고도 할 수 없는,

이때 시작된 사랑으로 평생을 사는 이들.


-

나 있잖아, 지금 너의 아내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어. 

너의 여자가 아니라 너의 아내. 

그래서 널 닮은 아이들도 많이 낳고 서로 아끼고 위해주면서, 

우리 엄마랑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서로 쓰러지지 않게 받쳐주고 나란히 걸어가는 거야. 

눈물이 흐를 땐 서로 닦아주고……, 

그러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 

그럼 정말 멋질 거야. 그치?


-

사랑해. 아무리 말해도 모자라지만……. 

알지? 난 너 아니면 안 된다는 거. 

너한텐 턱없이 부족한 남자지만 

너라면 날 쓸모 있는 남자로 만들어 줄 거야. 

그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은재와 서현.


예쁘지만 가볍지 않고, 수줍지만 강한,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열립니다.


-본문 중에서


서현은 오피스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있을 자리가 자꾸 없어진다고?’


애초에 그의 자리는 있지도 않았다. 있었다면 그것은 민씨 가문의 막내아들로서의 자리뿐이었다. 그냥 민서현이란 놈의 자리는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가 원한 단 한 사람의 여자와 사랑하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자리 따윈 없어진 대도 억울할 것이 없었다.


“민연주, 뭐가 문제냐고 물었냐? 흥, 다 문제야! 잃을 게 나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고, 사는 게 지겨운 것도 문제고, 매일 밤 그 여자 꿈을 꾸는 것도 문제고, 당신들 얼굴 보기 싫은 것도 문제야. 알겠어? 전부 다 문제라고! 나도 날 어떡할 수 없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이 빌어먹을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어떡했으면 좋겠냐고!”


서현은 천정을 노려보며 중얼거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 가슴이 답답하고 터질 것 같았다. 차 열쇠만 주워들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당분간 복싱도장에 갈 일도 없으니 재미라곤 차를 몰고 속도를 내며 쏘다니는 것밖에는 할 일이 없었다. 남양주로 해서 포천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새벽녘엔 어김없이 수원에 와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스스로를 비웃을 만큼의 허세도 서현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창문을 열자, 오늘 새벽도 어제 새벽처럼 그렇게 장미향이 진동했다. 피곤이 몰려와 핸들에 두 팔을 올리고 얼굴을 묻었는데 주위는 더 없이 조용했다. 가끔씩 멀리서 새소리가 들리는 것 말고는 아주 조용해서 괴로워도 이곳에 오면 마음이 놓였다. 여기서 이렇게 그녀가 잠들어 있을 아파트를 올려다보면, 어쩐지 지금 막 그녀를 바래다주고 돌아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직은 끝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마지막일 것이다. 경찰서를 나와 쏘다니면서 그동안 충동처럼 떠올랐던 생각을 실행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의 그에게는 그 방법밖엔 달리 더 좋은 것이 없었다. 스스로 어쩌지 못할 땐 강제로라도 묶을 수 있는 곳이 나을 수도 있었다.


은재와의 일들이 하나씩 선명하게 떠올랐다. 처음 만난 설렘부터 사랑하고 미워하고, 또 사랑하고 이별하기까지. 서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불이 꺼져 있는 그녀의 집을 올려다보았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왜 그토록 죽이고 싶을 만큼 그녀가 밉고 용서가 안 되었는지……. 우경이 한 말 때문이 아니었다.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르는 약혼 이야기에 배신감을 느꼈던 것이 아니었다. 그의 존재 자체가 그녀에게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란 걸 여기에 와서야 깨달았다. 그날 그녀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와 사랑을 하는 일은, 그의 말처럼 자신의 말만 믿고 따르면서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끝없는 인내심을 요구하고 자존심을 버려야 하고, 불안감과 싸워야 하며 굴욕을 참아내야 하는 일이었다.!


“그래……, 돌아갈 수 있으면 돌아가야지.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라고. 니 말이 맞아. 고통만 있는 건 더 이상 사랑이라고 할 수도 없지. 그런데 난……, 돌려지지가 않아. 그게 문제야.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 이런 시간에 니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니까. 돌아올 때쯤이면 나도 다 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때, 작별인사 하기엔 더없이 좋은 계절이지?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계절에 이별하는 게 맞는 거야. 겨울에 헤어지는 일은 너무 잔인하잖아……, 안 그래? 난 널 사랑하는 동안 정말 행복했는데……, 너한텐 내가 고통뿐이라면 놔줘야지. 맞아, 기억난다. 예전의 넌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웠어. 잘 웃었고. 그걸 잊고 있었다. 니가 웃고 있던 모습……. 날 사랑하는 일이 너한테 얼마나 고통일지 몰랐다. 은재야,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 다 지워버리고 돌아가라. 그래서 예전처럼 그렇게 웃어.”


어슴푸레하게 동이 틀 무렵이 되어서야 서현은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이제 한 집 한 집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GENRE
Romantik
UTGIVEN
2016
30 mars
SPRÅK
KO
Koreanska
LÄNGD
481
Sidor
UTGIVARE
Krbooks
STORLEK
1,2
MB

Fler böcker av 김영란

우리 아름다운 날에 4/4 우리 아름다운 날에 4/4
2016
(로맨스소설) 우리 아름다운 날에 2/4 (로맨스소설) 우리 아름다운 날에 2/4
2016
(로맨스소설) 우리 아름다운 날에 1/4 (로맨스소설) 우리 아름다운 날에 1/4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