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소설) 독(Poison)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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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종이책 출간작입니다.


“왜 날 싫어하죠?” 

“싫어하지 않았을 거야. 내 여동생이 아니라면.” 


세상에 용서받지 못할 사랑은 없다! 


독약처럼 달콤하고도 쓰디쓴 그 이름, 진채이. 

여자라면 유혹당할 수밖에 없는 그 이름, 신훈. 

부모님의 재혼으로 남매가 되어버린 두 사람. 


그럼에도 서로를 향한 끊을 수 없는 애욕. 

육체와 영혼을 사로잡은 그 사랑의 이름은, 

독(Po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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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 싫어하죠?”

훈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싫어하지 않았을 거야. 내 여동생이 아니라면.”

“그럼…….”

“첫눈에 관심이 생겼지. 날 안아주세요, 라고 외치는 네 눈을 처음 봤을 때부터 우리가 결코 사이좋은 남매가 될 순 없을 거라 확신했어. 맙소사, 내 여동생이라니.”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훈의 얼굴이 씁쓸하게 일그러졌다. 일순 말문이 막혔던 채이는 재빨리 정신을 차려 그에게 반박했다.

“내가 언제 안아달라고 했어요?”

훈은 이제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

“내 경험치를 말해야 하나? 피차 마찬가지일걸.”

아무리 정숙하게 차려입고 교양있는 말투로 말해본들, 훈에게는 간파당하고 말 거라는 걸 그 순간 깨달았다. 이 놀라운 남자는 진채이의 본질을 첫 만남에서부터 꿰뚫어 본 것이다.

‘강적이다.’

결론에 마침표를 찍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나, 안타깝게도 첫 만남에서라니, 이 재수없는 남자를 앞으로 ‘오빠’로 대해야 한다니 채이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새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그의 아들에 대한 증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니!

“계속 보고 있을 건가?”

훈이 눈썹을 치켜올린 채 그녀를 보았다. 아차 싶어 채이는 재빨리 돌아섰다.

“나도 당신이 싫어요. 하지만 부모님 앞에서는 연극이라도 해야죠.”

“부모님에 대한 헌신이 대단하군.”

“부탁할게요. 사이좋게 지내요, 우리.”

“네가 하는 걸 봐서.”

또 속을 긁어대는 오만한 소리에 분개해서 휙 돌아선 채이는 순간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자의 알몸을 봐버린 것이다. 그러나 보인 쪽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굉장한 출발이군. 벌거벗은 채 시작했으니 서로 속속들이 알아가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맙소사. 이 남잔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잖아!

“노출증 환자가 내 오빠라니.”

“내 방에 들어와서 결국 다 보고 가는 여자가 내 동생이라니.”

그녀를 음탕한 여자로 치부하는 듯한 그 말에 채이는 돌아선 채 격렬하게 반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남자 알몸도 못 본 어린앤 줄 알아요?”

“그래서 보여준 거야. 별로 충격 받지 않을 것 같아서. 나 이제 씻어도 될까?”

“정말 실망이에요, 신훈 씨. 내 오빠로 잘 대해주려고 했는데.”

“첫눈에 옷을 벗기고 싶었던 여자를 내 여동생으로 예뻐해 주라니, 원.”

채이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방문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문을 열기 전에 나직하지만 강한 어조로 등 뒤의 남자에게 못을 박았다.

“내게 이상한 수작을 부리면 가만 안 있을 거예요.”

“진채이가 새어머니의 딸이라는 걸 안 순간부터 그런 상상은 버렸다니까. 안심하셔, 여동생님.”

“당신, 저질이야.”

“같은 인간이라서 더 안심이 되는군, 여동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