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소설) 일탈 (로맨스소설) 일탈

(로맨스소설)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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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종이책출간작으로, 전자책 독자님들을 위한 2세들의 이야기가 번외편으로 포함되었습니다.


계획과 그 계획의 실천, 그리고 성공이 인생의 행복이라고 믿는 서우.

그에게 결혼이라는 것 또한, 하나의 계획과 그것의 실천에 지나지 않았다.

아내 조차도.


우연한 첫만남, 호감 가던 남자를 맞선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된 혜린.

그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했던 그녀의 욕심으로 그의 조건을 받아들이며 한 결혼이었지만, 

그건 그저 자신을 죽이는 일이었다.


이제, 혜린은 그의 조건들을 깨트리며 일탈을 결심한다.

서우에게 \'사랑\'을 알려주기 위한 일탈을…….


- 본문 중에서


늘 같은 일상의 시작이었다. 2년 동안 매일 아침 시작되어 온 일들이 굳이 이제 와서 싫은 것은 아니었다. 세린은 그저 조금은 다르게 시작되어진다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차려진 아침상에 따뜻한 국 한 그릇을 마지막으로 식탁에 올려놓으며 욕실에서 들려오던 물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밤도 그는 서재의 쌓여진 서류더미 속에서 밤을 지새웠다. 그를 기다리다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눈을 떠 보니 그가 없는 넓은 침대위에 그녀 혼자 새벽을 맞고 있었다. 요즘은 혼자 지내는 밤이 잦았다. 그가 그녀에게 소원해졌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늘 그러했으니까.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도 그녀를 안을 때면 그녀가 정신을 놓을 지경까지 몰아가곤 했다. 그는 사내로서 강한 욕구를 가진 남자였다. 일에서든, 사랑 행위이든 삶에서 그의 정열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단지……그저 그와 함께 하는 이 삶에서 무엇인가 빠져버린 느낌만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와의 결혼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녀 스스로 원해서 한 결혼이었다. 그라는 것을 알았던 그 순간부터 이 결혼이 이루어지리란 것을 알았다.

세린, 그녀는 자신이 계획한 미래를 포기해 버릴 만큼 그에게 강하게 끌려버린 것이었다.

그 재판 때부터 아니 만나주지 않는 그를 만나려 애쓸 때부터였을까? 그는 그녀에게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간혹 그녀는 사랑, 사랑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 

세린은 살아가면서 그가 그녀와 같은 이유로 살아가길 원했다. 그녀가 그에게서 느껴졌던 강한 무엇인가를 그도 느끼고 알아 가길 원한 것이 과욕이었을까? 그를 향한 알 수 없는 감정이 사랑이길 바라며, 그녀가 느꼈던 감정이 사랑이길 확인하기 위해 그와의 웃기지도 않는 약속들을 주고받으며 이 결혼생활을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살면서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와의 결혼생활에서의 아침은 늘 이러했다. 조용히 아침이 밝아오면 그 아침이 사라져 버리기라도 할까봐 두 사람 모두 말없이 아침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아침은 식탁 앞에서조차 그의 손에서 떠나지 않는 서류들과 함께 식사를 하곤 했다. 그의 눈은 단 한 번도 그 서류들에게서 떠나지 않는데도 신기하게도 음식들은 그의 입속으로 잘도 찾아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알까? 매일 아침 그의 아내 세린이 식사를 하지 않고 그의 모습만 뒤쫓고 있다는 것을……그가 옷을 찾아 입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나처럼 그가 샤워를 마친 뒤면 그녀가 준비해 놓은 옷들이 드레스 룸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늘 강한 이미지를 원하는 그가 원하는 대로 옷장엔 검은 색과 짙다 못해 검은 빛을 띠는 청색의 양복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결혼 후 시어머니의 많은 가르침 중 하나가 그의 옷장 정리였다.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제대로 있어야 했다. 세린은 드레스 룸으로 들어갈 때마다 걸려있는 정돈된 옷들을 모두 버려버리고 싶은 생각이 밀려들곤 했다. 답답했다. 하나의 오차도 없이 정돈되어진 모습을 보면 숨이 막혀 왔다.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짧은 머리에 헤어 왁스를 바른 말끔한 모습의 그가 식탁으로 와 앉았다. 그의 모습 어느 한 군데에서도 흐트러짐 하나 찾을 수 없이 규격에 짜 맞춘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어느 유명 잡지의 정장 모델의 사진 같은 모습, 그리고 늘 그러하듯이 어김없이 그의 손엔 그 빌어먹을 서류가 들려져 있었다. 서류에서 눈을 들지 못하고 한마디 말도 없이 식사를 하는 그를 보며 세린은 숨이 막혀 오는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뜬 후, 아니 이 식탁에 와 앉은 후라도 그녀를 보기라도 한 것일까? 이런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세린의 입에서 새어 나오자 앞에 앉은 그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언제나 같은 모습 같은 자세로 식사를 하는 그가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식사뿐이 아니었다. 그의 모든 습관에서 느껴지는 자로 잰 듯한 모습들……때때로 숨이 막혀 왔다.

“무슨 일 있나? “

한마디 던지곤 다시 눈길은 서류로 돌아가고 그의 아침식사는 계속 되었다.

“아, 아니에요. 식사해요.”

“몸 안 좋으면 병원 가 봐.”

그의 식사는 곧 끝나고 그 중요한 서류들과 함께 그는 단 한 번도 그녀의 눈을 바라봐 주지 않고 회사로 향했다. 그가 나가 버리고 난 집안엔 그의 흔적은 어느 한곳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이곳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세린은 너무나 깨끗하고 잘 정돈된 집안을 둘러보았다. 그가 출근한 뒤의 욕실은 물기 하나 없는 욕실을 여전히 놀랍다는 듯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욕실을 사용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바닥엔 물방울 하나 없이 마른 채였고 수건걸이의 수건들은 마른 새 수건으로 바뀌어 걸려 있었다. 가지런한 그가 사용하는 하얀 수건. 그 아래엔 그녀가 사용하는 아이보리색의 수건이 그의 것과는 구별되어 곱게 걸려 있었다. 침대 위엔 곱게 개켜진 그의 잠옷이 놓여 있었고 드레스 룸의 화장대엔 그의 용품과 그녀의 물건들이 구분되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전쟁 중인 군사들처럼 중앙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뉘어 일렬로 서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듯 했다. 세린의 인지가 그 중 하나를 비어진 중앙의 비무장지대로 밀어 넣었다. 무슨 생각으로 자신이 그리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 하나만으로도 세린은 막혀 있던 숨이 터진 듯 멈췄던 숨을 터뜨렸다. 작은 동작하나는 다른 것으로 이어졌다. 세린의 아름다운 인지는 욕실에 걸린 수건을 밀어 주름 가득하게 접혀지게 해버렸고 재미 들린 듯 걸음을 옮긴 세린은 침대 위의 서우의 잠옷을 인지에 걸어 바닥에 던져 버렸다. 희미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걸렸다. 그것도 잠시 세린은 바닥에 떨어진 그의 잠옷을 집어 들어 다시 곱게 개어 침대위에 올려놓았다. 한참 개어 놓은 잠옷을 바라보던 세린은 돌아서서 욕실로 들어가 수건을 펴 놓았고 화장대 위의 탈영병인 스킨 병을 다시 그 진영으로 돌려놓았다.

세린은 언제나 같은 모습이길 바라는 그의 바람대로 집을 꾸려나가려 노력했다. 그와의 결혼으로 포기해야만 했던 것들이 생각날 때면 세린은 그녀가 잘한 일인지 스스로에게 반문 하곤 했다. 같은 질문에 늘 같은 답이지만 그녀는 그래도 묻곤 했다. 그 시간으로 다시 간다 해도 자신이 그를 택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터무니없던 그의 요구도 그녀에겐 그와의 결혼을 막을 이유가 되지 못했다. 그땐 그와의 결혼은 그녀에겐 운명처럼 여겨졌었다. 그녀 자신의 자유도 그에게서 사고 싶었다. 아니 그건 핑계였을까? 첫 만남에서부터 잊지 못했던 그와의 결혼을 합리화하려는 핑계. 바보 같은 여인네의 순정 따위를 흉내 낸 것에 불과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한눈에 강하게 끌려버린 남자와 결혼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었는데……스스로를 옭아맨 사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 결혼을 끝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가 보여 지는 것처럼 차갑기만 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 믿고 싶었다. 그러기에 그와의 결혼을 결심하지 않았던가. 그녀가 보고 느낀 그를 믿기에 차가운 그의 내면으로 들어가리라 마음먹었던 것이다. 그가 원하는 아내의 모습을 연기하며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옳은 일이었을까?

GENRE
Romance
RELEASED
2016
March 29
LANGUAGE
KO
Korean
LENGTH
373
Pages
PUBLISHER
Krbooks
SELLER
kim soo mi
SIZE
472.1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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