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강 밤‪배‬

“이 어둠 속에서 둘이 말없이, 저릿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는 것.

그것이 밤의 끝이다.”

위기의 순간에 맞이한 따뜻한 희망의 빛


이 책에는 표제작 「하얀 강 밤배」 외 두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어두운 밤 하얀 달빛이 내리는 강에 홀로 떠 있는 밤배처럼 외롭고 서늘한 정서, 상실과 치유의 과정을 그려 낸 단편집이다. 세 이야기의 화자는 모두 젊은 여성이다. 그녀들은 주문에 걸린 것처럼 정신적인 휴면 상태에 빠져 있다. 애인의 죽음으로 깊은 슬픔에 빠진 마리에는 밤마다 몽유병 환자처럼 돌아다니고, 식물인간 부인을 둔 남자와 연인 관계인 테라코 역시 식물처럼 하루하루를 보낸다. 후미는 한때 연적 사이였던 다른 여성의 영혼에 사로잡혀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다. 바나나는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슬럼프가 단순히 몸과 마음의 일시적 무기력 상태라는 진단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지켜 내어 생을 지속시켜 나갈 힘을 기르는 겨울잠이라고 말한다.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간명한 문체로 지난 상처를 외면하지 말 것, 치유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